유골에게 올리는 경배

유물숭배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은 ‘죽은 사람의 영혼과 통한다고 믿고 다시 그 영혼으로부터 복지(福祉)를 구하기 위하여, 성인ㆍ현인ㆍ순교자의 유물을 숭배하는 일. 미개인이나 천주교도에게서 볼 수 있으며, 불교에서 불사리(佛舍利)를 숭배하는 것도 그 한 예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불사리는 부처나 고승의 유골을 가리킨다.

가톨릭의 유물숭배

가톨릭은 유물이 악귀를 쫓고 병을 고쳐준다고 믿는다. 예수님과 마리아, 사도들과 순교자들을 포함한, 가톨릭이 ‘성인’이라고 정한 사람의 유해나 유품을 ‘성유물(聖遺物, Holy Relics)’이라고 한다. 라틴어로는 ‘relíquĭæ(렐리퀴에, reliquiae)’다. 예수님의 시신을 감싼 천이라고 주장하는 ‘토리노의 수의’,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 병사의 창이라고 전해지는 ‘롱기누스의 창’이 대표적이다.

가톨릭의 유물숭배 사상은 종교개혁이 들불처럼 번지던 16세기, 가톨릭이 프로테스탄트에 맞서 교리를 재정비하기 위해 열었던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 1545~1563)에서 정식 교리로 의결됐다. 일찍이 가톨릭 내에서 성행하던 성인숭배와 유물숭배가 본격화된 것이다.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은 “성경만이 신앙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마르틴 루터의 주장을 배척하고, 성인의 통공(Communion of Saints), 성인 유해의 공경, 성화상(聖畵像) 사용 등의 교령을 반포했다. 이때 유물을 신봉하지 않을 경우 정죄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충성된 자들은 거룩한 순교자들의 거룩한 몸들을 숭배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이 몸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축복을 내려주시기 때문이다. 유물에 합당한 경배와 존귀를 돌리지 않는 자들은 교회가 오래전부터 정죄하였고 현재도 정죄하고 있는 것처럼 전적으로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4만여 구의 유골로 꾸며져 ‘해골성당’이라 불리는 체코 쿠트나 호라에 있는 코스트니체 세드렉(Kostnice Sedlec) 성당.

유물숭배가 낳은 부작용

가톨릭의 유물숭배는 성경적인 문제를 떠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사체와 유골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판을 쳤고, 무덤을 도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가톨릭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책 『로마카톨릭주의의 정체』에서는 유물숭배가 횡행했던 중세시대의 상황에 대해 “사자(死者)의 뼈들을 통하여 많은 축복들이 임한다고 신봉하였기 때문에 사체와 뼈 판매는 수지맞는 영업이 되었다. 750년경에 교황이 분류하여 꼬리표를 붙이고 팔아넘긴 막대한 양의 두개골들과 뼈다귀들을 실은 긴 짐마차의 행렬이 계속해서 로마에 들어왔다. 밤중에 무덤이 파헤쳐지는 일이 일어나 무장한 사람들이 교회 무덤들을 감시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독일의 역사가 페르디난트 그레고로비우스(Ferdinand Gregorovius)는 당시 로마를 “죽은 시체를 탐욕스럽게 파내려는 하이에나 떼가 모여 있는 공동묘지”라고 묘사할 정도였다. 이렇듯 가톨릭교회는 저마다 더 많은 성인의 시체를 갖기 위해 혈안이었다. 살아서 존경받던 성인은 죽어서는 두개골과 온몸의 뼈는 물론 머리카락, 손가락, 손톱, 치아까지 갈가리 찢겨져 여러 교회들의 재산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죽자마자 제자들이 그의 목을 자르고 시신을 솥에 넣고 삶아 뼈를 추렸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파리의 생 세브랭 교회(Church of Saint Séverin)에 전시된 유골.

흥미롭게도 성유물은 그것을 소유한 도시의 길흉을 점치는 점술도구가 되기도 했다. 한때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주치의였지만 305년 순교당한 판탈레온((Pantaleon)의 피가 그 예다. 판텔레온의 피는 콘스탄티노플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의 피는 매년 부피를 달리했다고 한다. 황제 미카일 8세 치하 때 한번은 판탈레온의 피가 그릇 꼭대기까지 올라왔는데, 그해에 콘스탄티노플이 갖가지 재난으로 얼룩졌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가톨릭교회마다 소유하고 있는 수많은 유물들이 진짜 성인의 것인지는 늘 논란거리였다. 성인의 유골이라고 해 갈채를 받았던 것들이 동물의 뼈로 밝혀지는가 하면, 스페인의 한 성당에서 천사 가브리엘의 날개의 일부분이라고 보관했던 것이 타조 깃털로 판명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교회는 베드로가 예수님께 드린 구운 생선 한 토막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유월절 성만찬 때 사용한 ‘성배(聖杯)’라 칭하는 컵이 있다고 홍보하는 교회도 있었다. ‘거룩한 어머니’로 추앙받는 마리아의 머리카락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교회는 한둘이 아니었다. 마리아의 머리카락 색깔은 갈색부터 금발, 빨강색, 검정색 등 다양했다.

예수님께서 달리신 십자가 조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교회는 너무나도 많아서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십자가 조각을 모은다면 배 한 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헨드릭 빌렌 반 룬(Hendrik Willem van Loon)은 그의 책 『렘브란트』에서 가톨릭의 유물숭배에 대한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비꼬았다.
“아내는 … 성 피아크라의 치아를 구하기 위해 모에 사람을 보냈다. … 그해 주님께서는 기가 막힌 날씨를 내리셔서 포도주 수입이 두 배나 늘었으니 모두 그 치아 덕분일세. 그로부터 생긴 수입은 성 파로의 팔꿈치 뼈를 사는 데 투입되었지. 그 후 아내는 사과술의 품질 제고를 위해 성 도로테아의 머리카락을 사들였는데 별 효과가 없었지. … 그래도 아내는 성 프리돌린의 엄지손가락 한 토막을 사들여 수확기의 좋은 기후를 바랐으나 메뚜기 떼로 인해 실패했고, 니벨 수도원장의 생쥐 퇴치 보증서가 첨부된 성 게르트루드의 왕관을 장식했던 진주를 샀으나 보증서 내용과는 달리 한 마리의 생쥐도 잡지 못했지. 그러나 아내는 다시 성 아타나시우스의 두개골 조각, 성 판 크라티우스의 진품 칼, 성 보니파티우스의 진품 도끼, 성 바르나바스의 손에 떨어진 우박 한 알(우박이 그리 오래 보관될 리는 없었지만 기적의 힘으로 돌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라더군), 성 바실리우스가 키우던 비둘기 깃 하나, 성 파울리누스의 사슬 고리, 성 히에로니무스가 성서 편찬 시 사용한 깃펜, 성 폴리카르포스가 순교할 때 남긴 재 한 병, 성 마르탱의 잘린 외투 반 조각, 성 헤드윅의 구두 한 짝, 예언자 요나에게 그늘을 드리웠던 아주까리 잎사귀 하나를 사들였다네.”

유물숭배-해골사원
1528년~1870년에 죽은 수도사 4천여 명의 미라와 유골로 장식하여 ‘해골사원’이라 불리는 교회.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데이 카푸치니(Santa Maria della Concezione dei Cappuccini) 교회다.

유물숭배의 기원은 고대 이방종교

가톨릭은 왜 죽은 이의 유물에 집착하는 것일까. 가톨릭은 교인들로 하여금 눈에 보이는 증거(?)들을 안겨주었지만 정작 그들을 하나님과 성경과는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성경에는 이런 가르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대 바벨론에는 니므롯이라는 강한 임금이 있었다. 그에게는 ‘세미라미스’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남편의 힘에 의지해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후 니므롯이 죽자 세미라미스는 그의 시체를 조각내 각 지역에 보냈다. 그리고 니므롯이 태양신이 되었다며 그의 유골을 숭배하도록 했다. 이렇게 고대인들은 니므롯의 유골이 있는 곳이 선택받은 거룩한 곳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가톨릭의 유물숭배와 동일한 모습이다.

이렇듯 가톨릭의 유골숭배 사상은 고대 바벨론에서 시작됐다. 가톨릭 백과사전은 ‘떠나간 성인의 기념물을 숭배하는 것은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실제로 기독교의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상당수가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와 관련된 원시적인 유물에 해당한다.’고 시인하고 있다.

유물숭배는 하나님의 가르침이 아니다. 사도 바울의 뼈나 예수님의 십자가를 가졌다고 해도 이러한 것들을 숭배한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 모세의 놋뱀 사건만 생각해봐도 그 답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데 있지, 죽은 자들의 유물을 숭배하는 데 있지 않다.

<참고자료>
1. ‘유물숭배’, 표준국어대사전
2. ‘성유물’, 종교학대사전
3. ‘세상의 모든 지식’, 김흥식, 서해문집
4. ‘기독교 기적론’, 벤자민 워필드, 나침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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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버거킹치즈와퍼

    어우 징그러워라 해골들..

  2. 완전 무덤이네요
    어떻게 저런곳에서 축복을 받지요?

  3. 학생

    유물숭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행위입니다.우리의 구원은 죽은자들의 유물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허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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