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울리는 ‘12월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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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학교를 자세히 관찰하면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기독교가 국교가 아닌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따른 종교적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크리스마스 카드, 트리 등을 만들고 캐롤송을 부른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그것으로 수행평가를 하기도 한다.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종교 수업

석가탄신일인 사월 초파일(음력 4월 8일), 학생들은 연등을 만들어 달아야 한다. 교육과정이라는 명목에서다. 물론 학생 개개인의 종교관은 철저히 무시된다. 기독교인 학생일지라도 부처의 큰 뜻과 공덕을 기리며 탑을 돌며 찬불가를 불러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수많은 기독교인 학생들과 교회들은 어떤 반응일까? 본인의 종교와 다른 종교 의식을 경험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하겠는가. 연등 만들기를 단순한 교과과정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교회들은 모든 힘을 동원해 ‘학생 종교 자유를 보장하라’고 시위할 것이다. 언론사들은 ‘공교육의 종교 편향성’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기독교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찬불가를 부르도록 강요하는 현실에 기가 막힐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가 막힐 일들이, 현재 수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강요되고 있다. 몇 년 전 필자의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지인의 딸 영미(가명)는 서울 S초등학교 3학년이다. 영미는 미술시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초록색 도화지로 나무를 만들고 스티커로 장식을 했다. 그 위에 소원을 적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영미는 어쩔 수 없이 ‘없다’라고 썼다. 집안 대대로 다른 종교를 믿는 영미에게 기독교의 기념일인 크리스마스는 거북한 날이기 때문이다. 영미는 속이 상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2월이 되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의 일부라는 명목 하에 크리스마스트리나 카드 만들기, 찬송가 합창대회 및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도 초등학생 시절 수행평가로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는 수업도 빼고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합창대회를 준비했다. 물론 개인적인 종교관 따위는 배려되지 않았기에 열외는 없었다. 불교인 학생이라도 ‘기쁘다 구주 오셨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러야만 했다.

종교 수업은 인권침해에 해당

학교의 학칙을 따라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종교관을 내세워 스승에게 항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표현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업 도중 특정종교 기념일과 관련된 크리스마스트리나 카드 만들기를 지시하는 것은 학생 종교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호소를 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주장을 타당하다고 판단해, 전국 각 초등학교에 ‘수업시간 종교차별(편향) 예방 지도 철저’라는 제목의 협조문을 전달했다. 공교육은 지극히 종교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제59조 2항에는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종교 중립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교육기본법 제12조 1항에도 ‘학생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본적 인권인 종교의 자유와 종교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말이다.

사건 이후, 학교 또는 선생님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작년 12월까지도 수많은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 또는 선생님의 강요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 불교인 학생, 이슬람교인 학생은, 그런 교과과정이 종교적 의식으로 느껴져 불편할 것이다. 마치 찬불가 부르기나 연등 만들기가 기독교인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종교적 의식인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종교관과 다른 종교적 행위를 함으로써 학생이 느껴야 하는 혼란과 고통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자료>
1. ‘수업시간 크리스마스 트리ㆍ카드 못 만든다’, 금강신문, 2009. 2. 20.
2. ‘크리스마스가 공교육, 종교편향 교육 학부모 우려’, 주간교육신문, 2013. 12. 17.

댓글 11

11 responses to “아이들을 울리는 ‘12월의 학교’”

  1. 유아무개 says:

    아직 종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마음이 여린 학생들에게는 왜 해야되는지 명확하게 알지도 못한채 끌려다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빨리 고쳐져야 될 것 같습니다.

  2. 희생 says:

    종교의 자유를 주지 않고 평가란 것으로,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3. 물방울 says:

    억지로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문제가 하루속히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4. 생각쟁이 says:

    글을 읽고 보니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니 금방 이해가 되네요~
    학교 수업에서 종교를 강요하면 안되고, 타 종교를 차별해서도 안될 일입니다.

  5. 수민 says:

    아니 진짜 저거 인정;
    초등학교때랑 중1때… 수업시간에 카드 만들기…;;
    정말 아닌것 같습니다

  6. 강남아롱별 says:

    이 문제가 빨리 개선됬으면 좋겠습니다

  7. . says: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학교가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는게 이해할수 없고,어서 빨리 개선 되었으면 좋겠다.

  8. 곽배선 says:

    누구나 다 종교의 자유를 누릴수있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요를 하며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나 교과목에 참여한다는것은 학생들이 종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수없는것 같다 생각합니다.

  9. 헤세드 says:

    기독교가 아닌 타종교의 학생들은 12월이 달갑지 않겠네요.

  10. 강남콩 says:

    일단 크리스마스 자체가 하나님의 계명이 아닌데 학교에서 수업과정이라는 명목하에 트리, 카드 등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1. 학생 says:

    학교에서조차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문제가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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